꿈과 경험사이의 관계
꿈의 내용을 구성하는 재료는 모두 우리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이 꿈속에서 표현되고 다시 기억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꿈의 내용과 현실을 비교했을 때 둘 사이의 관계가 그리 잘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아주 주의 깊게 살펴봤을 때 겨우 정리되거나, 혹은 정리되지 않은 채 기억에서 사라지는 꿈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꿈이 우리의 기억에서 보여주는 여러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성들은 연구를 통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증명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꿈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는 일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평소에 알고 있지 않은, 경험하지도 않은 내용들이 꿈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꿈은 대체 어디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애매합니다.
'꿈 그 자체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델뵈프의 꿈
델뵈프(J. R. L. Delbœuf. 벨기에의 심리학자)의 기록을 보면 이와 관련된 인상 깊은 실례가 있습니다.
'난 마당의 하얀 눈 밑에 도마뱀 두 마리가 절반 정도 파묻혀 있는 꿈을 꾸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난 이 도마뱀들을 손으로 녹여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담벼락 위에 자라는 작은 양치식물 이파리 몇 개를 주었다. 꿈속에서 난 이 작은 양치식물의 이름을 아스플레니움 루타 뮤랄리스(Asplenium ruta muralis)라고 기억했다. 이어서 꿈은 다시 도마뱀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두 마리의 새로운 도마뱀이 나머지 잎들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리고 들판에서 다섯 번째, 여섯 번째의 도마뱀이 벽의 구멍을 통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침내 길은 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도마뱀의 행렬로 가득 찼다.'
델 뵈프는 꿈에서 깬 후 자기가 아는 식물 중 라틴어 이름을 가진 것이 조금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아스플레니움(Asplenium)'이라는 명칭을 가진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그와 비슷한 라틴어 이름의 양치식물이 있음을 알고 크게 놀랐습니다. ‘아스플레니움 루타 뮤라리아(Asplenium ruta muraria)’가 실제 명칭이고, 꿈에서는 이것과 조금 틀렸을 뿐이었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만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꿈에서 '아스플레니움'의 이름을 인식한 사실은 그에게 수수께끼로 남았습니다. 이 꿈은 1862년의 일이었는데, 이후 델 뵈프는 그의 친구 집에서 작은 식물표본 앨범을 보게 됩니다. 이 앨범은 스위스의 각 곳에서 여행기념품으로 팔리는 앨범이었는데 그 순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 앨범을 열어보니 전에 꿈에서 본 '아스플레니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꿈과 현실 사이의 연결고리가 생긴 겁니다.
델 뵈프의 친구의 누이동생은 1860년(델 뵈프가 도마뱀 꿈을 꾸기 2년 전) 신혼여행 중 그를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오빠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그 앨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델 뵈프는 어떤 식물학자에게 배워가면서 그 앨범 속 식물 하나하나에 라틴어 이름을 적어준 일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한참 뒤인 1877년 어느 날. 그는 오래된 그림 잡지 한 권을 찾게 됐습니다. 그는 이 잡지 속에서 자신이 1862년에 꾸었던 꿈과 비슷한 도마뱀 행렬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이 잡지는 1861년부터 나온 것인데, 그는 창간호부터 이 잡지의 구독자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깊이 잠들어있는 기억들을 꿈은 자유롭게 구사하고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주목할만합니다.
<2. 꿈속에서의 기억-2>로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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